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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6.실기시험, 그리고 합격(+에필로그)

    목차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1. 프롤로그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2. 필기시험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3. 베이킹 용품 장만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4. 베이킹 독학 멘토들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5. 1일 1빵의 나날들
    [홈베이커, 독학으로 제빵기능사 되기] 06. 실기시험, 그리고 합격

    실기시험 준비물

    제빵실기시험의 준비물로는 수검표, 신분증, 가운, 앞치마, 행주, 온도계, 필기도구, 커터칼, 면보, 알뜰주걱, 자, 계산기, 계량시 사용할 종이컵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등이 있다.

    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준비해서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에 챙겨갔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그곳에 구비된 도구만으로도 충분하여, 조리복 세트와 신분증, 온도계, 필기도구, 행주, 종이컵과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외의 도구는 꺼내 쓸 일이 없었다.

    실기시험

    시험장소인 서울 동부시험장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조리복 3종세트(작업복, 조리모, 앞치마)로 갈아입고 시험장 밖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진행요원 한 분이 들어와서 수험자 유의사항들을 안내해주고, 신분확인 및 비번호 추첨도 차례로 진행하였다.

    본인이 뽑은 비번호대로 시험장에서 작업대, 오븐, 반죽기, 발효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나는 15번 번호표를 등에 달고 시험장에 입실하게 되었다.

    “오늘의 시험 품목은 ‘버터롤’입니다.”

    나름 출제 빈도를 따져 보고, 소보로빵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나 예상하고 내심 바라기도 했던 나는 버터롤이라는 말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버터롤… 버터롤이라… 온도가 윗불, 아랫불 몇 도씩이더라? 발효실 온, 습도는?’ 머릿속에선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며 버터롤 페이지를 찾고 있었고, 대기실에서 한번 더 책을 꼼꼼히 훑어볼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버터롤 (시험시간 : 4시간)
    ※ 다음 요구사항대로 버터롤을 제조하여 제출하시오.
    1) 배합표의 각 재료를 계량하여 재료별로 진열하시오(9분).
    2) 반죽은 “스트레이트법”으로 제조하시오.(단, 유지는 클린업 단계에 첨가하시오.)
    3) 반죽온도는 27℃를 표준으로 하시오.
    4) 반죽 1개의 분할무게는 40g으로 제조하시오.
    5) 제품의 형태는 번데기 모양으로 제조하시오.
    6) 반죽은 전량을 사용하여 성형하시오.

    재료계량(배점 8점)

    “자, 시작하세요”하는 감독관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순 묘한 긴장감이 감돌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량대로 달려가는 사람들. 첫 시험이라 긴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령 부족일까. 가까스로 제한 시간 안에는 계량을 마칠 수 있었지만, 재료당 1분의 계량 시간이 꽤나 촉박하게 느껴졌다.

    반죽(배점 9점)

    재료계량 체크를 마치고, 감독관께서 얼음이 필요한 사람은 나와서 가져가라고 하셔서 이번엔 나도 얼른 달려나가 얼음 여섯 알을 받아왔다. 얼음 무게를 재고, 그 무게 만큼 물을 덜어낸 뒤, 얼음과 물을 합쳐 반죽용 얼음물을 만들어 두었다.

    이제는 계량한 재료들을 가지고 반죽을 할 차례. ‘이게 바로 수직 믹서로구나.’ 기계의 구조를 빠르게 한번 훑어보고는, 눈치껏 옆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살짝 보면서 반죽기에 훅을 걸고, 1단 기어를 넣은 후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우웅~ 소리를 내며 스무스하게 작동하는 믹서기를 보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오… 돌아간다. 돌아가. 뭐 별거 아니구만. 훗~’

    그런데, 웬걸. 2단 기어로 변환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1단으로 돌아가던 믹서기를 멈추고, 기어를 2단에 맞춰놓고 초록 스위치를 눌렀는데, 잘 돌아가던 훅이 꿈쩍도 않는게 아닌가. 당황했지만,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감독관을 찾았다. “저기… 2단 기어가 잘 안 들어가는데요?” 들어가라는 기어는 안 들어가고 목소리만 기어들어가고 있는 나.

    감독관의 얼굴에는 순간 ‘아니,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나?’ 하는 표정이 스쳤지만, 걱정과는 달리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잘 안되면 빨간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초록 버튼을 눌러보세요.”

    이럴 수가… 잘만 돌아간다. 괜히 물어봤다. 시험장에서는 감독관에게 능숙함을 어필 해야 한다는데, 시험 초반 나는 기계조작의 미숙함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다.

    여차저차 반죽을 마치고 반죽온도 체크를 받을 시간이다. 버터롤의 표준 반죽온도는 27도이다. 내 옆의 다른 수험생들의 반죽온도는 30도를 향해 달리고 있고, 내 반죽에 꽂힌 온도계는 28.7도에서 멈춰 섰다. 날이 더워 얼음물을 넣어 반죽하고, 반죽 치는 중간중간 수시로 온도계를 찔러 확인한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감독관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시곤, “오! 몇번?”하고 물었다. “15번입니다.” 대답하고 돌아서는데, 느낌이 좋다. (시험을 마치고 검색해 본 결과 표준온도에서 ±1도는 반죽온도 점수 만점, ±2도는 -1점, 그외는 0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차 발효(배점 6점)

    발효실에서 1차 발효를 마친 반죽을 꺼내왔다.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발효 거미줄도 확인했다. 완벽하다.

    분할(배점 2점), 둥글리기(배점 2점), 중간발효(배점 2점), 정형(배점 7점), 팬닝(배점 2점)

    버터롤은 한 판에 12개씩 x 4판, 총 48개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일단 두 판을 먼저 성형하고 팬닝해, 발효실에 넣고, 그동안 나머지 두 판을 성형해 팬닝한 다음, 발효가 완료 된 두 판을 오븐에 넣고 구우면서, 나머지 두 판을 발효실에 넣고 발효시키면 된다는 감독관의 안내가 있었다.

    이제는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40g씩 48개를 분할하고, 둥글려, 휴지시키고, 밀대로 밀어 성형해서 팬에 올려놓기까지의 공정이 쉼없이 이어졌다. 분할한 반죽은 마르지 않도록, 작업대에 비치된 비닐을 덮어가며 둥글리기를 하고, 성형한 반죽은 팬에 사선으로 팬닝해 나갔다.

    이미 목 뒷덜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는게 느껴지는데, 에어컨 바람에 반죽이 마른다는 수험생들의 요청으로 에어컨 마저 꺼지고 시험은 계속 진행되었다. 

    2차발효(배점 6점)

    2차 발효를 마친 반죽의 팬을 슬쩍슬쩍 흔들어 보았다. 살랑살랑 반죽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올… 발효기, 너 참 탐나는구나. 집에선 이렇게 잘 안되던데.’ 2차 발효 상태도 맘에 들었다.

    굽기(배점 6점)

    오븐 작동법은 감독관께서 미리 설명을 해주셨다. 물론, 온도 조절은 수험생의 몫.

    반죽기와 마찬가지로 데크오븐도 이날 처음 사용해보지만, 반죽기때처럼 헤매지는 않았다. 오븐 온도는 ‘작은 단과자 종류니까 윗불 190에 아랫불 160~165도로 맞추면 되겠구나’ 싶었다. 이제 굽는 시간이 문제인데, 정확히 몇 분을 구워야 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은 빵이니까 일단 15분 정도를 굽기로 하고, 10여분이 지날즈음부터 오븐 앞에 붙어 서서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15분 정도가 지나니 노릇노릇한 번데기 모양의 버터롤이 완성됐다. 4판 마흔 여덟개의 버터롤의 색을 모두 일정하게 맞추는데 집중했다.

    정리 정돈(배점 5점), 개인위생(배점 5점)

    1차 발효가 진행중일 때, 반죽기와 사용한 도구들을 설거지하고, 작업 중간중간 짬날때마다 행주로 작업대를 닦아내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정돈을 열심히 했다. 위생 점수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러다 문득, 우리집 주방이 떠올랐다. 가슴 깊이 반성했다.

    제품평가(배점 40점)

    냉각팬에 48개의 버터롤을 수북히 담아 등에 달았던 비번호를 떼어 함께 제출하고 나왔다.

    아마, 모든 수험생들이 귀가하고 나면, 감독관들은 제출된 버터롤의 부피, 균형감, 껍질, 속결, 맛과 향에 대한 항목에 대해 채점을 진행할 것이다. 각 항목의 배점은 8점씩.

    장장 네 시간에 걸친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책을 뒤적여보니, 식빵이나 호밀빵, 더치빵 같은 한 덩이 빵의 난이도가 별 두개, 버터롤의 난이도는 별이 무려 다섯개였다. 버터롤이 결코 쉬운 품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쨌든, 시험은 이미 끝이 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선을 다 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합격 확인

    제빵기능사의 시험 합격 발표일은 매주 목요일 오전 9시이다. 그러나, 그보다 미리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는 일종의 꼼수가 있었으니, 바로 ‘기자격 확인’이라는 것이다. 기자격 여부는 티큐넷 홈페이지나 어플에서 합격 발표 전날 자정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나는 큐넷 어플에 접속해 원서접수-> 원서접수 신청을 눌러 다음과 같은 공지창을 확인하고는,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자격증 수령

    자격증 우편 수령을 신청(발급수수료 : 3,100 원 배송비 : 2,280원)해 집에서 따끈따끈한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배송 받았다.

    자격증을 곱게 접어 케이스에 끼워 들고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것은 내게 단순한 자격증 그 이상의 의미로 와 닿았다.

    정신없이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 보낸 나의 삼십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마흔이 되어 있었다.

    거울앞에서 하나둘 늘어나는 흰머리카락을 헤아리며, 내 청춘은 어디로 증발했나 한탄도 했다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도 했다가, 괜시리 몸도 여기 저기 쑤시고 아픈 것 같고, 돌이켜보니, ‘이 나이 먹도록 무엇 하나 번듯하게 이루어 놓은 것이 없구나!’하는 공허감까지 콤보로 밀려왔다.

    그렇게 남들도 한번쯤 다 겪는다는 소위 ‘마흔 앓이’를 하던 중에, 제빵 기능사 자격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고, 사십대에 접어들어서 처음 도전해 이룬 쾌거였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 취득후에도, 우리집 일상은 변한 것이 없다. 나는 여전히 어딘지 어설프고 모자란 모양의 집안 내수용 빵들을 구워내고 있고, 참으로 고맙게도 남편과 아이들은 비주얼에 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맛있게들 먹어주고 있다. (빵속에 크림치즈나 단팥이 들어있을 때 빼고는)

    다만 제빵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해 얻은 것이 있다면, ‘해냈구나!’하는 성취감, ‘나는 이제 더 이상 야매가 아니야!’하는 당당함, ‘하면 된다!’는 자신감 따위의 감정의 풍년이 들었다는 점, 그리고, 나는 아직 충분히 새파랗게 젊은, 청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점이라고나 할까?

    이제, 방황하던 마흔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사무엘 울만의 시 한편을 소개하며 포스팅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본 포스트 시리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이 짧은 시 한편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디, 이 포스트 시리즈가 모든 ‘도전하는 청춘’들 중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작으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사무엘 울만 – 청춘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 가짐을 뜻한다.

    청춘이란 장미 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 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진다.

    근심, 두려움, 자신감의 상실은
    정신을 굴복
    키고 영혼을 한낱 재로 소멸킨다.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모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 대한 호기심, 아이처럼 왕성한 미래의 탐구심과
    인생이라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그대의 가슴 나의 가슴 한가운데는 이심전심의 무선국이 있다.

     조물주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아름다움, 희망, 생기, 용기, 힘의 메
    지를
    수신하는 한 당신은 그만큼 젊을 것이다.

    그대가 기개를 잃고, 정신이 냉소주의와 비관주의의 얼음으로 덮일 때,
    그대는 스무 살 이라도 늙은이이다.

    그러나 당신의 기개가 낙관주의 파도를 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로도 청춘의 이름으로 죽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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